
“화려한 껍질을 깨면 남는 건 허세와 공허함, 그리고 단순한 진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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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점/10점
•코미디 증가로 정통 미스터리의 긴장 깊이가 줄어든 편
•풍자와 화려함은 확실, 가벼운 엔터테인먼트로는 충분
•범인의 동기가 지나치게 단순해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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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려하지만 텅 비어 있는 브론의 세계가 너무 빨리 정답을 보여준다
이번 속편의 핵심 재미는 ‘유리처럼 반짝이는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허세의 폭로전’이다. 그리스의 사유지, 유리 구조의 저택, 과장된 조명과 소품들까지 모든 것이 “이 사람들은 겉껍질로만 살아가는 집단”이라는 걸 시각적으로 박아 넣는다.(모나리자라니?? 부자의 스케일을 바로 보여준다.) 문제는 이 화려함이 사건의 실체를 너무 일찍 드러낸다는 점이다. 관객은 마일즈 브론이 처음부터 허세로 가득한 허술한 캐릭터라는 걸 곧바로 감지하게 되고, 그 순간 ‘범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무게가 빠르게 떨어진다. 전작에서는 각 캐릭터의 거짓말과 감정이 서서히 드러나며 퍼즐이 조여졌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캐릭터의 과장된 행동들이 코미디 효과로 소비되는 순간 긴장감이 함께 빠져버린다. 화려한 무대는 매력적이지만, 정작 그것이 추리의 밀도를 떨어뜨리는 아이러니한 지점이 있다. (한편으로는 영화의 부제처럼 속이 보이는 글래스 어니언이기때문에 미스터리도 그냥 범인과 속임수가 적날하게 보이는 스토리를 찍은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2) 중반부 시점 재정비는 흥미롭지만, 퍼즐이 생각보다 단순해버린다
중반부에 들어서 ‘헬렌, 즉 쌍둥이 설정’이 등장하며 플롯이 완전히 뒤집히는 순간은 라이언 존슨 특유의 재치가 살아난 부분이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처음부터 다시 본다는 느낌을 주며 새로운 퍼즐 조각을 배치한다. 하지만 반전이 어느 정도 흥미로웠음에도, 퍼즐을 완성한 결과물은 지나치게 간단하다. 브론이 저지른 일들은 사실 복잡한 다층 트릭이라기보다, 멍청함과 허세가 뒤섞여 만들어낸 사고에 가깝기 때문이다. 전작에서 느꼈던 ‘사건의 정밀한 기승전결’이나 ‘인물들의 다중 심리’를 기대하면 오히려 허탈함이 올 수 있다. 이야기의 구조는 크게 움직이지만, 정작 그 안에서 보여주는 미스터리의 깊이는 얕은 편이다. 시점 전환은 멋지지만, 결과물이 가벼워 반전의 쾌감이 오래 남지 않는다. 집중해서 보는 추리물이 아니라 가볍게 보는 코미디물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3) 마지막의 폭발적 결말은 시원하지만, 추리극으로서의 피날레는 아쉽다
마지막에 헬렌이 모나리자를 태워버리고 브론의 ‘진짜 얼굴’을 폭로하는 장면은 분명 통쾌하다. 부패한 권력자와 허세로 가득한 억만장자가 자기 욕망 때문에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장면은 블랙코미디적 풍자 측면에서는 꽤 강렬하다. 다만 추리극의 결말로 보자면 정교함보다는 감정의 폭발이 더 우선된다. 전작에서 블랑이 범인을 논리적으로 몰아세우며 사건을 ‘정리’해주는 정통적인 미스터리 구조와 비교하면 이번 결말은 ‘무너뜨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엔터테인먼트로서는 분명 시원하지만, 퍼즐을 맞춘다는 장르적 카타르시스는 부족하다. 결국 화려함과 풍자는 성공했지만, 미스터리 장르의 기본적인 깊이는 희석되면서 약한 여운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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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레딧 이후 쿠키 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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